결혼식의 기이함
결혼식에 다녀왔다. 작년 6월에 친구 결혼식이 있었으니 9개월만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마의 고모의 아들의 결혼식이었다.
웨딩홀이 쇼핑몰 꼭대기에 있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협소한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그득그득했다.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초라한 딸래미를 어떻게든 포장해서 소개하려 했다. 이런 딸이라서 죄송해요. 보는 사람마다 이제 결혼을 해야겠다며 인류의 사명인 양 이야기를 했다. 결혼 안 하면 뭐 큰일나나요? 나중에 외로울 걸 걱정해서 현재와 대부분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게 말이 되나. 속이 뒤틀리는 걸 참으면서, 어렴풋한 얼굴들에 인사를 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자 '유럽풍으로 꾸민'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생화인지 조화인지 모를 꽃들도 여기저기 꽂혀있다. 저 꽃들 하나하나에도 값이 매겨져있겠지. 일회용으로 빌리는 것인데도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사치스럽다. 그러고보니 6월에 결혼했던 친구는, 웨딩홀 오픈 특가로 조화가격에 생화장식을 할 수 있었다며 자랑했었다. 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결혼하는 본인조차도 잘 모르지 않나. 눈에도 안 들어오고 사진으로도 잘 모르고.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늘상 봐온 매뉴얼. 신랑이 먼저 등장하고, 신부는 식장 구석의 계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나타났다. 왜 신랑은 평범하게 등장하고, 신부의 등장방식만 항상 특별한 것일까? 어째서 여성에게는 결혼식이 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것들이 아마 '여자마음', '여자의 심리(우웩)'라는 말로 뭉뚱그려지겠지. 신부는 스탭이 건넨 장미꽃을 받고, 아버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저 길게 늘어지는 서양식 캉캉 드레스도 빌려 입은 것이겠지. 도우미가 부산하게 드레스 자락을 매만졌다. 보는 내가 답답했다.
내가 계속 이 허례허식에 대해 지적해대자, 엄마는 "평생에 한 번 있는 거니까"라고 말씀하셨다. 한 번이 아니게 될 수도 있죠. 그리고 평생에 한 번이면 오히려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은 법 아닐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렇다. 결혼식은 허무하게 끝났다. 짧아도 길어도 허무했을 것이다. 밥. 밥. 밥 먹으러 갈 생각에 즐거워졌다. 나는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뷔페가 참 좋다. 밥을 먹는 것보다도 뭐가 있는지 둘러보고 구경하는 게 즐겁다. 회전초밥이 돌아가는 스시바가 있는 게 신선했다.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갈 시간... 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외할머니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불가사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폐백. 외할머니는 폐백을 받느라 폐백실에 계셨다. 서양식도 전통식도 포기할 수 없다는 건가!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안에서 뭘하는 지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엄마와 친척들은 봉고차를 타고 다시 청주로 떠났다. 나도 뷔페에서 뭘 먹었는지 되새기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훈제 연어랑 참치 타다키가 머릿속을 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