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인사이드 : 빛과 음악의 축제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반 고흐 인사이드에 다녀왔다.
다녀온 지는 꽤 되었는데 워낙 인상 깊지 않아서 그런지 이제야 올리네.
인상깊지 않았던 인상주의 화가 전시회 하핫
사진을 보니 화려하기도 하고 사람들도 호평이었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디지털 전시라고 하니깐 어떻게 해놨나 그걸 볼 생각이었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엉망이었다.
전시 자체도 별로였지만 사람들의 전시매너가 너무 미개했음.
일단 스크린이 여러개인데 그 스크린들을 한 눈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만 모든 스크린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떤 공간은 가운데에 기둥이 있어서 정면의 스크린을 가려서 글자가 안 보인다. 이게 무슨 짓...
그리고 디지털 전시다보니 원작을 편집해서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액션을 넣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주 조악했다. 드가의 그림에 발레하는 여성 3D 이미지를 삽입한 것이었는데
이 이미지에 발레복만 입혀서 그림 위를 뛰놀게 만든 것이 아주 조악했다.
드가가 관을 박차고 나와서 기함할 노릇
게다가 전시의 내용도 반 고흐의 '인사이드'라고 할만한 게 아니었다.
반 고흐에 대한 대단히 기초적인 내용들을 프레젠테이션해두어서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아직 반 고흐에 대해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전시라고 할까...
시청각을 활용했다는 면에서 확실히 어린 층에 먹혀들긴 한 것 같다. 유치원생-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데 끝없는 고통 뭐 이런 글자들이 나열되어있는 프레젠테이션을 그만한 애들이 과연 얼마나 이해를 할지...
그 절망이 뚝뚝 묻어나는 글자를 한 글자씩 읽어주며 따라 읽어보라고 하는 엄마도 봤다...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읽어주면서 와~하는 추임새를 넣는 수준.
아이에게 자신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시키는(그것도 여러번ㅋㅋ) 엄마도 여럿 봤다. 허허허 죄많은 문화적 허영이여.
뭐 자기 자식 교육 어떻게 시키든 내 알 바는 아니다. 나한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짜증나는 건 이 전시가 촬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방팔방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크린에다가 또 다시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의 동선이 다른 관람객들에게는 무척 불편했다.
"안 보이니까 비켜주세요"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내가 의자에 앉아서 관람하고 있는데 나와 스크린 사이를 정면으로 가리고 서서 촬영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심했다. 화려한 시각효과가 신기하셨나.
(정확히 말하자면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셀카-인증샷-를 찍었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스크린에 넋이 나가 계속 촬영을 하셨다)
전시 수준도 수준이거니와 관람객들 수준도 한숨밖에 안 나오는 전시였다.
9500원 주고 갔는데 5000원도 아까웠다. 관람객이 없었어도 아까웠을 것이다.
뭐 이런 걸 만원 가까이 받는지(게다가 할인 받은 가격!) 이해가 안 되었던 전시.
아, 마지막의 VR 체험은 조금 흥미롭긴 했으나 기다려서 할 정도까진 아니다. 반 고흐가 소파에 앉아 조금씩 움직이고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기도 한다.
총평 : 축제는 무슨. 시장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