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치사한 일

dlddu00 2016. 4. 18. 02:20




치사하지. 어제는 내내 비가 오더니만 오늘은 아주 화창했다.

추모의 눈물은 잠깐이었던 걸까, 지난 달에 만난 그 친구는 네 죽음에 대해 양말 신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도 참 치사하지. 

네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몇 달을 울며 보냈고, 지금도 이따금씩 떠올리며 우는데, 정작 네가 죽은 날이 되니 이상하게도 슬프지가 않다. 

나는 오늘 맛있는 걸 먹고, 가고 싶은 곳에도 갔다.

벚꽃이 지고 어린잎이 막 올라오고 있었다. 그물에 올라오는 멸치들처럼 번쩍였다.

그 어린 잎들, 작은 생명들 하나하나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징그러워보였다.

너는 태어나는 것들에 대해 우울해했고, 우리가 특별히 가까웠던 건 바로 그런 이유였겠지. 

너는 용감하게 죽어버렸고, 나는 천천히 망가지면서 죽어간다. 이 또한 치사한 일이다.

네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내 자신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