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이라고 따로 칭할 때마다 좀 그렇다. 어차피 나도 동물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쨌거나 길을 가다 여러 동물들을 본다. 고양이, 개, 비둘기, 참새, 까치... 하지만 그 동물의 종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고, 추레한 모습으로 거칠게 살아가는 동물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식민지 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인간의 거주를 위해 조성된 구역에서 눈치보며 살아가야 하는 생활이 식민지 생활이 아니고 무언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사는 곳이 너무 많다. 다른 동물들은 살 곳이 없다.
운동길에 보는 동물들은 대부분이 강아지다. 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온 모양새가 깜찍하다.
미용을 해서 털이 깔끔하게, 아주 멋스럽게 다듬어져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돌아보며 귀여워한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내 눈에는 오히려 위화감으로 다가온다. '만들어진' 그 모양새는, 그 동물을 Life가 아닌 Still Life 로 감상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뭐 다른가. 사람도 자기만족이든 아니면 남의 눈을 의식해서든 열심히 꾸미고 바르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사람이 자신을 꾸미고 싶어하는 욕망을 자연스럽다고 느끼기때문에 반려동물도 그렇게 꾸며주는 거겠지.
Still life 이야기를 더 해보자.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동물과도 종종 마주친다.
특히 마트에 갈 때마다 내 눈길을 빼앗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치즈코너에서 서식하는 '래핑 카우(Laughing Cow)'다. 래핑 카우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이상했다. 뭐가 그렇게 유쾌한 거지? 젖을 착취당하는 소가 웃고 있다니, 그럴리가 없을텐데. 봉주라 크림치즈도 마찬가지로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그 패키지의 소캐릭터와 마주보게 되면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안녕, 너도 내 젖을 먹을 거니?"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이런 게 있다. 오리고기집인데 ^-^)b 이렇게 따봉을 하며
맛있다고 말하는 오리캐릭터가 붙어있는 간판을 본, 그 때의 그 느낌이다.
제 살이 맛있다고 홍보하는 동물이라니... 너무 섬뜩하고 이상하지 않은가. 동물캐릭터를 쓰면 원재료를 알기 쉬워 좋지만, 동시에 좀 오싹해진다.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