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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영화-안 본 영화, 안 볼 영화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오스카, MCF가 지나간 자리에는 꽤나 먹을 만한 음식들이 쌓여있다.

나는 좀 개코라서 명작의 내음을 잘 맡는 편이다. 물론 내 기준에서 명작이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ㅎㅎ 제목과 포스터 외에 아무런 정보 없이 이거다! 하고 골랐는데 유명 감독의 작품이었다거나 걸작이었던 작품으로는 <순응자(왜 베르톨루치는 이 작품을 만들어서 나를 괴롭게 하는가)> <전당포> <나의 삼촌>등이 있다. 아, 최근 본 것으로 <동성서취>도 추가한다('감제'에 왕가위가 있길래 놀라서 검색해보니 참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가...^_ㅠ)


먼저 해외 작품들 몇 개를 살펴보자.



빅 식

이 영화를 피한 이유는 딱 하나. 아/패/토/우(또는 애파토)... 이 사람이 연출한 영화(빅 식에서는 제작을 맡았다)를 재밌게 본 적이 없다. 유머코드가 안 맞는데 길기까지 해. 노잼 개그맨 영상을 강제시청 당하는 고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다니까 기회가 된다면 볼 의향이 있다. 기대는 쫙 빼고, 시간과 돈이 남아돈다면.



팬텀 쓰레드

복잡한 메세지를 심플하게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PTA는 반대다. 심오하지 않은 심플한 메세지를 복잡한 이야기로 전달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PTA를 좋아하지 않으니 팬텀 쓰레드도 패스.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참 좋은데, 별것도 아닌 메세지를 너무 대단한 이야기를 끌어다가 던지니 보고나면 김이 빠질 수밖에. 겨우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 사달을 벌였나싶다. '마스터'가 그랬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건 닳고 닳은 메세지 아닌가?  



블랙팬서

히어로 영화를 선택할 때에는 기름기가 잘잘잘 참치뱃살처럼 올라와있는지를 따져본다. 화려한 볼거리만 있어도 본전 이상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속 빈 강정일지언정 겉에 초콜릿을 듬뿍 발랐다면 용서가 된다. 이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투입된 자본을 제대로 썼는지 캐스팅, 포스터, 예고편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5년에 개봉한 판타스틱4. 제작이 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연히 마주친 버스 광고를 보고 충격적인 인상을 받았다. ‘저희는 가난하고 재미도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던 그 빈궁함을 우선 캐스팅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유명한 배우들이 아닌 걸로 보아 돈이 많이 든 것 같지 않다. 기름기가 흐르긴커녕 미풍에도 주저앉을 초가삼간에 쪼그리고 앉아 찐감자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모양새. 블랙팬서는 돈을 그렇게 적게 들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주인공 조던의 표정에서 ‘난... 구려...’ 라는 냄새가 슬쩍 느껴졌다. 히어로물의 포스터가 대부분 얘가 나옵니다-얘도 나오구요-얘도 등장하지롱-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 포스터들이 대부분이긴 하나 작품의 분위기도 대강은 읽을 수 있는 법. <블랙팬서>는 <토르>라든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느껴지는 호쾌함도 없었고, <다크나이트>만한 묵직함도 없이 애매했다. 그래서 패스.



원더 휠

이 할배 느낌 잘 알다보니 이젠 궁금하지도 않다. 특히 요즘은 자가복제가 심한 느낌이라서.



아인

이제 이런 건 간츠가 떠올라서 불안하다. 실사화의 오글거림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신중을 기하게 된다.



레드 스패로

제니퍼 로렌스 주연 작품 중 재밌게 본 게 있었던가? 있더라도 까마득한 얘기.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비중은 컸지만 단독주연이 아니었고,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연기는 좋았지만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 <헝거 게임>은? 아주 엉성한 히트작이었지. <조이>도 딱히 재미가 없었고, <패신저스>는 영화의 구린 정도가 포스터를 뚫고 나오는 바람에 쳐다도 안 봤다. 이쯤되면 조건반사적인 반응이 아닐까. "제니퍼 로렌스다! 피해!"

레드 스패로를 피한 것이 이런 경험에 의해 학습된 결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예고편과 포스터에서 노잼의 기운을 느꼈다.



한국영화



흥부

보통 영화가 개봉할 즈음이 되면, 티저가 나오기도 전에 ‘무슨 영화가 개봉한다던데 기대된다’ ‘그 영화 괜찮을 것 같더라’하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개봉된 영화목록에서 <흥부>를 발견했을 때 굉장히 뜬금없었다. 작년에 개봉했던 김혜수 주연의 <미옥>이 떠올랐다고 할까(물론 보진 않았다). 그 때도 김혜수 주연인 영화가 소리소문없이 목록에 올라와있길래 놀랐는데... 이런 영화는 보통 패스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

첫째, 제목이 별로다. 제목에서는 절망, 좌절과 함께 그에 대한 초탈이 함께 느껴지는데 주연배우의 표정은 그저 유쾌해서 서로 안 어울리는, 이상한 느낌이다.

둘째, 제목이 별로다2. 적당히 모호하면 호기심이 생기지만 이 정도로 모호한, 주제를 짐작하기 어려운 제목은 아예 접근성이 떨어진다. 

셋째, 이병헌이 별로다. 배우가 싫다는 게 아니고 배역이 안 어울린다.



골든슬럼버

TV에서 예고편을 봤는데, 몇 번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분짜리 예고편을 검색해서 보니 그래도 스토리를 축약해놨는데, TV광고(15-30초)에선 그냥 뭐가 터지고 강동원이 도망친다... 이것밖에 얻은 정보가 없어서 예고편이 저렇다니 알만하구나, 이런 생각이었다. 예고편이라는 게 하이라이트 영상, 심장 쫄리는 부분들을 모아놓았으면서도 대충의 얼개가 보이는 법인데 이 영화는 볼륨, 밀도 자체가 약해보인다. 별 내용 없이도 훌륭한 연기와 연출력으로 흡입력 있게 끌고가는 작품들도 있지만, 분위기만 긴박하고 내용이 없으면 지루한 법이다. 골든슬럼버는 후자의 냄새가 강하게 났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별로인 것. 이 글을 쓰기 위해 내용을 알아본 후에도 썩 끌리는 내용이 아니고.



조선명탐정3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 가~끔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당기는 영화가 있는데 이런 코믹 활극 장르의 영화는 후자다. 안 봐도 아는 그 맛을 즐기기 위해 본다. 근데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굳이 영화관에 가서 볼 만큼 빵빵 터지진 않는다. 아니, 영화채널에서 나오더라도 그냥 돌린다. 웃음이 안 나와.



염력

예고편만 보면 꽤 흥미로워 보인다. 코믹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코미디라는 장르가 알차게 꾸며지긴 몹시 어려운 것 같다. 소재의 특이성에 착안한 몇 가지 개그 소재와 아이디어, 그게 전부인 작품이 되기 쉬운데 염력의 예고편이 그랬다. 웃긴 장면이 몇 개 있을 것 같긴한데 그게 전부인 느낌이라 전체가 잘 안 보였고,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때문에 패스했다. 아마 염력을 발견한 초반부의 코미디는 성공적이겠지만, 영화의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의 가능성은 보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머지 부분을 하드캐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피력했어야했는데 안 보여서 패스.


 

리틀 포레스트

보자마자 느낀 인상. "난 착한 영화야". 너무 순해보여서,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어서 싫다. 

잠깐 쉬어도 괜찮다는 포스터의 글귀도 싫다. 난 영원히 놀고 싶거든?



궁합

매우 무난해보인다. 망작의 허들을 엇차! 하고 겨우 뛰어넘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그런 기운. 밥 먹을 때 OCN에서 해주면 드문드문 볼 것 같다. 밥그릇 한 번 보고 화면 한 번 보고. 국그릇 한 번 보고 화면 한 번 보고.  



게이트

이 영화를 두고 '믿고 거르는 임창정'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임창정을 보고 거른 건 아니다. 내가 계속 말하는 '포스터에서 뿜어져나오는 구림'을 이 영화의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다. 딱 감이 온다. 타이틀 폰트의 퀄리티에서까지 느껴진다. 견고하지 않고 저예산으로 대충 만든 티가 팍팍. 디자이너의 고민이 담긴 물건이라든가 장인정신이 깃든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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