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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주의 카메라 (피핑 톰, Peeping Tom)





Peep은 엿본다는 의미이고, 피핑 톰은 관음증 환자라는 뜻이다. 엿보는 컨셉의 스트립쇼인 '핍쇼'도 이 단어를 쓴다. 빔 벤더스의 <파리텍사스>, 닐 조던의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핍쇼를 처음 접하고, 핍쇼에 대해 검색하다가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주인공 마크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아버지의 관찰 속에 살아왔다. 그리고 성인이 된 그는 카메라맨이 되어 과거 아버지의 위치에 서게 된다.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그는 여성들을 살해하면서 그 최후의 순간을 촬영한다. 죽은 모습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모습을 필름이라는 평면에 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거울을 달아서 살해당하는 여성들이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게 만들고 그 모습을 촬영한다. 한 번의 관찰을 더 거치게 되는 것이다.


(1) 마크가 살해당하는 여성을 본다.

(2) 살해당하는 여성들도 자신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본다.

(3) 관객들이 마크를 본다.


마크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화면은 관객이 관음적 시선을 즐기게 한다. 그런 점에서 히치콕의 <이창>이 떠오르기도 한다. 히치콕은 관음증을 무슨 놀이기구처럼 다루어서 "당신들도 관음증이지?"하며 씩 웃는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내가 살인자의 시선에 있다는 점이 좀 오싹하고 마크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가 불쌍하다. 히치콕의 이창은 관음증 그 자체를 관객들에게 느끼도록 했다면, 이 영화는 마크의 처지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쓴 성격이 강하다.


이야기의 구조나 연출면에서 상당히 세련된 영화였다. 특히 오프닝신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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