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청춘영화를 많이 만든 존 휴즈 감독의 영화다. 이 감독을 떠올리면 롭 라이너 감독도 함께 떠오른다. 내가 본 영화 중 얼마 안 되는 '행복한 영화'의 감독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아끼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존 휴즈 감독의 신작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롭 라이너 감독이 앞으로 장수하셔서 다작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두 감독의 차이점이라면 존 휴즈 감독의 작품은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 롭 라이너 감독 쪽은 대사가 재치있다. <나홀로 집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주연도 내 취향이다. 매튜 사랑하고요. 엘런 럭이 연기한 프라이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다. 세상을 갖고 노는 페리스와 달리, 침대가 방주인양 우울 속에서 헤엄치는 프라이. 상반된 성격의 두 친구가 해방의 날에 벌이는 일들이 큰 사건 없이도 흥미롭다. 페리스는 과거에도 여러 번 해방을 맞이했겠고, 진짜 해방은 프라이에게 일어나게 된다. 단조로운 중심사건에 개성있는 캐릭터가 달라붙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구조로, 웃음핵폭탄이 아이셔캔디마냥 팡팡 터지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영화 전체에 감도는 기분 좋은 상큼함이 웃음 짓게 한다.